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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한 엘리트 동요와 김정은체제 위기

작성자: nkorea

조회: 16849 등록일: 2016-09-26

북한 엘리트 동요와 김정은체제 위기 이수석 (국가안보전략연구원 통일전략연구실장)  북한 내부가 심상치 않다. 이전에는 볼 수 없었던 현상이 발생하고 있다. 간헐적으로 발생했던 북한의 고위 엘리트 탈북이 최근 몇년 사이에 지속적으로 이루어지고 있는 것이다. 당·정·군의 엘리트들이 김정은정권에 염증을 느끼고 북한을 탈출하는 것이 일종의 유행처럼 번지고 있다고 볼 수 있다. 이런 엘리트들의 탈북이 지금보다 더 심화되면 북한체제는 걷잡을 수 없는 혼란에 처하고 김정은의 통치능력에 큰 지장을 줄 것이다. 물론 아직은 이런 수준에 도달하지 않았다. 다만 북한 엘리트들이 김정은 3대 세습 정권하에서는 북한체제의 미래가 없다는 위기의식에 사로잡힌 것은 사실이다. 김정은체제 적응이 어려운 북한 엘리트들 북한에서 신분안정과 풍족한 생활이 보장되는 고위급 엘리트들이 왜 탈북을 할까? 무엇보다 더 이상 북한체제에서 살아가기가 곤란한 상황이 발생했을 것으로 판단된다. 김정은정권 수립 이후 대대적인 북·중국경 단속으로 일반 탈북민들의 숫자는 약간 줄었지만, 엘리트 탈북민들이 증가하고 있는 현실은 북한엘리트들도 북한체제에 적응해서 살아가기가 힘든 시절이 닥쳐왔다는 것을 의미한다. 이는 장성택 숙청의 여파가 크다. 2013년 12월 고모부 장성택을 처형한 김정은은 ‘장성택 잔당’ 혹은 ‘추종자’들을 숙청한다는 명분하에 많은 당·정·군 관리들을 사상적으로 재조사하고 일부는 처형하거나 숙청했다. 장성택과 간접적으로라도 관련된 것으로 지목된 인물들은 북한에서 감시의 대상이 되면서 늘 불안에 떨고 있는 것으로 알려졌다. 그 중의 일부가 북한으로부터의 탈출을 시도하고 있는 것이다. 비록 장성택과 관련 없다고 할지라도 김정은 집권 이후 많은 당·정·군 간부들이 처형되었다. 2012∼2015년까지 100여명 이상의 간부들이 처형되었으며, 2016년에도 몇십명의 간부들이 처형된 것으로 추정된다. 일반 주민들까지 포함한다면 더 많은 숫자가 처형되었을 것으로 추측된다. 최근에는 김용진 교육부총리 등 정부부서의 핵심인력까지 처형하고 있는 것으로 볼 때, 숙청의 빈도와 범위는 우리가 생각하는 것보다 훨씬 광범위하다. 이렇게 처형된 간부들의 친척, 부하, 함께 일했었던 동료들도 항상 숙청의 공포에 시달리고 있다, 이런 김정은식 공포정치는 권력의 안정을 도모하는 측면도 있지만, 정권을 불안하게 만드는 요인으로 작동한다. 처형이나 숙청은 지도자의 리더십이 불안할 때 발생하는 경우가 많다. 국가체제를 아직 완전히 장악하지 못했다는 심리적 불안감이 작용하면 과격한 행동을 하게 된다. 김정은 집권동안 발생한 공포정치는 김정은의 불안심리를 잘 반영한다. 일부러 강하게 보이기 위해서 강경한 공포정치를 실시할 수밖에 없는데, 그만큼 김정은으로서는 자신을 둘러싸고 있는 엘리트들에 대한 불신감, 불안감이 크다는 이야기다. 어쩌면 공포정치를 통하지 않고서는 정권이 유지되기 힘들다는 것을 김정은 스스로 잘 알고 있을 지도 모른다. 한편 엘리트들에 대한 무자비한 숙청은 김정은의 개인적인 성격, 즉 즉흥적인 통치스타일에 기인한다. 젊은 독재자 김정은에게는 인내심이 없고 거침이 없어 보인다. 어떤 간부가 사소한 잘못을 저질렀을 경우, 과거에는 강등이나 근신, 재교육 등의 처벌을 내렸다면 김정은은 처형이나 정치범수용소에 보내버릴 때가 많다. 단순히 김정은 눈 밖에 났다는 사소한 개인적 이유로 무자비하게 처형되는 경우가 발생하면서, 간부들은 책임을 지는 고위직을 기피하는 현상까지 발생했다. 특히 김정은은 개인적으로 관심있는 사업일수록 실적부진자에 대한 강력처벌과 문책성 인사를 남발하였다. 해당 간부에 대한 김정은의 공개질책이 있으면 당 조직지도부의 검열과 함께 비판이 따르며, 강도 높은 처벌을 시행했다. 이런 공포정치의 환경에서 북한의 고위급 엘리트들은 북한체제의 미래에 대한 기대를 접었을 것이다.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북한정권 불안정성 영향 초래 국제사회의 대북제재도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과 북한체제의 불안정성에 영향을 미쳤다. 현재 대북제재로 인해 많은 기관과 개인이 외화벌이를 할 수 있는 여건이 악화되고 있다. 그 결과 김정은을 비롯한 북한지도부의 비자금 축적이 곤란해지면서 김정은정권의 권력운영에 막대한 차질을 빚고 있다. 김정은은 해외로부터 각종 사치품과 생필품을 구입하여 고위 엘리트층에게 일부 나눠주면서 충성을 유도했다. 간부엘리트들 역시 그동안 지하자원 판매와 무역거래로 상당한 부를 축적했었으나, 대북제재 조치로 이런 부를 축적할 수 있는 기회가 상실되고 있다. 사치품을 비롯한 물자 수입의 중단 및 축소로 인해 나름대로 풍족한 경제생활을 누렸던 간부들이 생활에서의 불편을 느끼게 됨에 따라 김정은에 대한 불만과 함께 체제에 대한 불안감도 동시에 발생하고 있는 것이다. 김정은 지도부로서는 기존의 외화벌이 실적을 그대로 유지해야만 정권을 유지할 수 있으므로 ‘충성의 자금’ 상납금을 인상시키고 있으나, 상황은 녹록치 않다. 오히려 대북제재 대상의 확대로 해외거래 은행, 기업 및 관련 종사자들의 활동이 과거보다 더 제약되고 있는 형국이다. 외화벌이 실적미달로 자리보존이 위태로울 수 있는 간부들은 숙청의 두려움으로 전전긍긍하고 있으며, 상납금을 제대로 채우지 못하는 해외거주 엘리트들 중 일부는 탈북을 결심하게 된다. 북한으로 돌아가서 숙청되기보다는 가족과 함께 대한민국에서 새로운 출발을 하는 것이 낫다고 판단하기 때문이다. 이런 북한 엘리트들의 탈북은 평범한 생계형 탈북이 아니라는 점에서 큰 의미가 있다. 지난 4월 해외식당 종업원의 집단탈북 사례에서 보듯이 이들은 자유민주주의를 동경하고, 보다 더 나은 삶을 위해 한국으로 왔다. 북한은 해외 파견자들의 출신성분을 중시하여 가족은 물론 5촌 친척중에 전과자나 정치범 등 북한정권으로부터 불순분자로 낙인찍힌 사람이 있으면 탈락시킨다. 북한의 해외 거주 엘리트들은 이러한 검증과정을 거쳐 엄격하게 선발된 인물들인데, 이들이 탈북한다는 것은 북한의 핵심계층이 동요하고 있다는 증거이다. 북한의 엘리트층은 바깥세상을 잘 알고 있다. 그전에는 알고 있어도 쉽게 탈북을 결심하지 못하고 참았으나, 이제는 더 이상 참을 수 없는 상황에 도달했다. 탈북을 결심해도 괜찮을 만큼 북한체제에 대한 미련이 사라진 것이라고 볼 수 있다. 북한의 엘리트들은 자녀들의 미래를 김정은체제에 맡겨놓기보다는 희망이 보이는 세상에서 살게 하고 싶어서 탈북이 하나의 대안으로 떠오르게 된 것이다. 전문은 월간 북한 2016년 10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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