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삼지연 관현악단 공연과 음악정치(3월호)

작성자: nkorea

조회: 15081 등록일: 2018-03-05

삼지연 관현악단 공연과 음악정치 전영선 (건국대학교 HK연구교수)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평 평창동계올림픽대회 개막을 하루 앞둔 2월 8일 강릉아트센터에서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이 열렸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은 2002년 8월 서울에서 열린 8.15민족통일대회 이후 16년만에 이루어진 방남 공연이었다. 북한 예술단의 방남 공연이 결정되면서 국내외 언론은 예술단 파견의 배경과 의도, 향후 남북관계에 미치는 영향에 대한 분석을 내놓았다. 뿐만 아니라 삼지연 관현악단의 정체와 북한의 음악정치에 대한 관심도 높아졌다. 그도 그럴 것이, 삼지연 관현악단은 북한에 없었던 예술단이었기 때문이다. 비슷한 이름의 ‘삼지연악단’은 있었다. 삼지연악단은 2009년 1월 ‘만수대예술단 여성기악중주조’를 모태로 창단된 악단이다. 삼지연 관현악단과 삼지연악단은 같은 단체가 아니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평창동계올림픽 공연을 위해 특별기획된 프로젝트 예술단이었다. 공연 후에 밝혀졌지만 삼지연악단을 중심으로 공훈국가합창단, 청봉악단, 모란봉악단, 만수대예술단 등에서 선발된 인원으로 구성된 특별팀이었다. 우리의 가요무대와 같은 종합공연무대를 구성하기 위해 편성한 프로젝트 예술단이었던 것이다. 북한에서 삼지연 관현악단과 같은 임시 프로젝트 예술단 구성은 낯선 일이 아니다. 해외교류나 종합무대 공연에서 볼 수 있었던 구성이다. 삼지연 관현악단이라고 한 것은 공연이 정통 클래식을 중심으로 레퍼토리를 구성하였기 때문이었다. 강릉과 서울 공연에서 선보인 공연은 클래식과 남한 가요를 중심에 두었다. ‘친근한 선율’이라는 제목이 붙은 클래식 연주에는 ‘모짜르트 교향곡 40번’을 비롯하여 ‘가극극장의 유령(오페라의 유령)’, 미국 민요 ‘흑인영감 조(올드 블랙 조)’, 러시아 민요 ‘아득히 먼 길(머나먼 길)’ 등의 익숙한 클래식과 세계민요 25곡이 연주되었다. 클래식 연주를 정통으로 하는 삼지연악단이 아니면 소화할 수 없는 레퍼토리였다. 지휘도 정통 클래식 지휘자인 장룡식이 맡았다. 남한 노래는 80년대 발라드풍의 가요로 구성하였다. 김정일이 좋아했다는 ‘J에게’를 비롯하여 ‘남자는 배 여자는 항구’, ‘당신은 모르실거야’, ‘사랑의 미로’, ‘다함께 차차차’, ‘여정’, ‘해뜰날’ 등 한류 바람을 타고 북한에서도 널리 알려진 남한 가요 10곡이 불렸다. 공연의 구성이나 레퍼토리 선택에서는 정치색을 배제하고자 신경 쓴 흔적이 역력하였다. 남북 합동공연에서 정치적 노래를 고집했던 것과는 달라진 모습이었다. 삼지연 관현악단의 단장이었던 현송월은 2015년 모란봉악단 베이징 공연을 앞두고 공연 직전에 전격적으로 행사를 취소했던 일이 있었다. 당시 중국측에서 공연 내용에 대해 문제를 제기하자 “원수님의 작품은 토씨하나 뺄 수 없다”면서 공연을 취소하고 귀국하기도 했었다. 그런 현송월이 단장을 맡았으면서도 공연 전에 남쪽에서 요구한 내용을 대폭 수용하는 자세를 보였다. 공연 전에 우리측에서 변경을 요청했던 것은 2곡이었다고 한다. 사회주의 찬양 내용이 담긴 노래 ‘모란봉’, 태양조선이라는 가사가 있었던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이었다. 삼지연 관현악단은 ‘모란봉’은 아예 레퍼토리에서 제외하였고, ‘백두와 한나는 내 조국’에서는 3절의 가사 ‘태양조선’을 ‘우리 민족’으로 바꾸어 불렀다. 이 외에도 ‘흰 눈아 내려라’에서도 가사를 일부 수정하였고, ‘내 나라 제일로 좋아’에서는 북한 공연에서 배경으로 선보였던 미사일 발사나 군사훈련 혹은 최고지도자 관련 내용을 빼고 자연풍경 중심으로 꾸몄다. 상징과 비유적으로 표현한 한 두 곳이 있기는 하였지만 북한언론이 취재하고 보도하였다는 점을 생각한다면 면피용 정도였다. 북한의 예술단이 우리 노래를 이렇게 많이 부른 적은 없었다. 물론 우리 예술단이나 음악인이 북한 가요를 이렇게 부른 적도 없다. 우리 예술단이 다른 나라에 축하공연을 한다고 해도 꾸리기 어려운 레퍼토리였다. 거듭되는 국제사회의 제재와 경색되고 있는 북·중관계에 대한 부담이 적지 않은 북한으로서는 방남을 출구로 삼으려는 절실함, 절박함이 드러난 공연이었다. 하지만 공연장 안과 밖의 온도 차이는 크다. 공연장 밖에서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을 반대하는 시위도 있었다.  김정은의 음악정치와 모란봉악단 이번 삼지연 관현악단의 공연보다 더 관심을 모은 인물은 현송월이었다. 모란봉악단의 단장으로 알려진 현송월이 실무접촉의 부단장, 예술단의 단장을 맡았기 때문이었다. 모란봉악단은 누가 뭐라고 해도 소위 가장 잘 나가는 악단이다. 모란봉악단은 김정은 시대가 본격적으로 시작된 2012년에 김정은이 직접 창단한 악단으로서 김정은 시대의 아이콘으로 불린다. 단순히 노래를 잘 부르고 연주 실력이 뛰어나서가 아니다. 모란봉악단은 선대 수령으로부터 재능을 이어 받았다고 선전하는 김정은의 예술적 재능을 상징한다. 북한에서는 김정은이 김일성으로부터 지략과 대범함을 이어 받았고, 김정일로부터 예술적 자질을 물려받았다고 선전한다. 예술적 자질은 곧 음악적 재능이고, 이런 재능을 발휘하여 창단한 예술단이 바로 모란봉악단으로 평가된다. 모란봉악단은 2012년 7월 6일 평양 만수대예술극장에서 ‘시범공연’을 통하여 첫 선을 보였다. 창단 공연부터 파격적이었다. 북한 공연단으로는 보기 어려운 짧은 치마와 화려한 무대장식, 레이저 조명에 미국 영화 ‘록키’의 주제가와 ‘My Way’를 연주하였고 디즈니 애니메이션 캐릭터인 미키마우스, 백설공주, 곰돌이 푸우 인형이 무대를 누볐다. 김정일의 사망이 2011년 12월 17일이었다는 점을 고려한다면 국상(國喪)에 해당하는 기간임에도 불구하고 전격적인 파격을 선보였다. 김정은 시대가 어떤 것인지를 확실하게 각인시키려는 의도가 반영된 공연이었다. 이후 모란봉악단은 북한의 주요 명절 때마다 축하공연을 담당하는 예술단으로 자리 잡았다. 7.27전승절, 노동당 창건기념일, 김일성 군사대학 설립기념일, 김정은의 군부대 현지지도시 화선공연(군부대 위문공연), 광명성-3호 발사 성공 축하기념, 2013년 신년축하공연, 630대연합부대 방문 화선공연 등을 진행하였고, 종합무대공연을 리드하였다. 모란봉악단 공연의 대부분은 조선중앙텔레비전을 통해 방영되었다. 북한에서 최고의 위상을 차지하는 모란봉악단이었기에 이번 방남 예술단의 단장도 현송월이 맡은 것으로 보인다. 북한 최고의 예술단인 모란봉악단이 방남 예술단에서 빠진다는 것은 이른바 ‘면이 서지 않는’ 일이다. 현실적인 고민도 있었던 것으로 보인다. 북한으로서는 2월 8일을 전후로 세 개의 공연을 준비해야 한다. 하나는 삼지연 관현악단의 방남 공연이었다. 전문은 월간 북한 2018년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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