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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전략과 미·중관계

작성자: nkorea

조회: 13227 등록일: 2017-02-21

세계전략과 미·중관계   <o:p></o:p>박인휘(이화여대 교수)   <o:p></o:p>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전통적인 미국의 외교정책과 분명히 다른 몇 가지 특징을 예고하고 있다. 외교정책 진용과 정책 방향성이 최종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선거 기간 동안의 언행과 취임초 몇 가지의 사건들로 짐작컨대, 지금까지 미국이 중시해 온 ‘외교적 관용주의’, ‘가치 중심적인 개입’, ‘민주주의와 시장 사이의 균형 잡힌 결합’ 등과 같은 원칙들이 변화할 가능성이 커 보인다.   <o:p></o:p>트럼프 현상은 ‘세계화의 조정기’를 의미해현재 미국에서 트럼프 현상은 샌더스 현상과 동일한 의미로 받아들여지고 있는데, 정치적으로 저평가 되었다고 믿고 있는 평범한 미국 시민들의 이익을 반영하겠다는 것이다. 미국 사회변화의 주체로 ‘백인 노동자’를 설정한 것이니, 어떻게 보자면 매우 단순한 논리인 셈이다. 이러한 움직임이 외교안보적으로는 어떤 의미를 가지는 것이며, 또한 어떤 정책 옵션으로 구현될 것인가? 특히 한반도의 운명과 관련하여, 트럼프시대의 미·중관계는 어떤 방향으로 전개될 것인가? 한반도 문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이러한 질문들은 우리의 국익에 사활적인 이해관계가 걸려 있다고 해도 과언은 아닐 것이다. 이와 관련하여 몇 가지 핵심적인 문제들에 대해서 생각해 보기로 하자. 먼저 트럼프 현상은 그 표현방식은 달라도 세계 곳곳에서 발생하고 있다. 영국의 브릭시트, 러시아 푸틴 대통령의 20년 집권, 일본 아베 총리의 국내외적 인기, 필리핀 두테르테 대통령의 과감한 리더십 등 자국의 이익을 지키기 위해서는 내셔널리즘도 마다하지 않겠다는 징표가 곳곳에서 나타나고 있다. 이러한 현상들은 소위 ‘반 세계화’적인 선택인가? 결론부터 말하자면 그렇게 생각하지 않는다. 1990년 냉전 종식 이후 지금까지 25년이 넘는 시간동안 숨가쁘게 세계화는 진행되었다. 세계시장의 통합, IT기술의 혁명적 발달, 이민자의 급증, 글로벌 표준의 확산 등 ‘국경 없는 지구촌’ 건설이라는 꿈이 실현되는 것처럼 보였다. 하지만 그 과정에서 의도하지 않는 피해와 문제점이 많이 발생하였고, 세계화의 진행은 경제적으로 혹은 문화적으로 글로벌 양극화만 가속시켰다는 자성의 목소리가 들려오기 시작한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의 당선은 이러한 현상을 반영하고 있다. 따라서 21세기형 민족주의와 부국강병정책이 채택되고 있긴 하지만, 과거와 같이 국가 중심적인 사고와 문화에 사로잡혀서 세계가 단절되는 일이 반복되지는 않으리라 본다. 트럼프 행정부의 등장은 일종의 ‘세계화 현상의 조정기’라는 차원에서 이해되어야 할 것이다. 트럼프 대통령은 국제사회에서 미국이 선의의 피해자였다고 주장하고 있다. 특히 중국은 미국의 선의와 관대함을 악의적으로 남용했다는 입장인데, 중국은 물론 멕시코, 나토(NATO), 한국, 일본 등에게 공정한 외교관계의 재정립을 시도하겠다고 예고하고 있다. 트럼프 행정부의 외교노선 역시 어떻게 보자면, 미국 외교정책이 역사적으로 쌓아온 기존의 노선 위에 서있다고 볼 수도 있는데 한 마디로 요약하자면 ‘극단적인 잭슨주의’라는 표현이 가능하다고 본다. ‘잭슨주의’는 통상 미국의 국력과 위상을 중시하고, 타국의 국내정치에는 무관심하면서, 한편으로 위협 앞에는 강하게 응징하는 전통을 가지고 있다. 과거 레이건 행정부와 최근의 부시 행정부의 외교정책이 이러한 노선 위에 있었다고 볼 수 있다. 미국의 경제 및 안보적 이익을 최우선 가치로 삼으면서, 강력한 포퓰리즘과 내셔널리즘에 기반하여 21세기형 신고립주의 노선을 정립해 나갈 것으로 예상된다. 물론 선거 과정에서의 트럼프 후보와 당선 이후의 트럼프 대통령 사이에는 매우 커다란 간극이 존재한다. 최근 트럼프 대통령의 최측근이었던 마이클 플린 백악관 안보보좌관의 예상치 못한 조기 낙마는 제도권 안으로 진입한 트럼프 대통령의 한계를 잘 보여주는 대목이기도 하다. 또한 비록 샐리 예이츠 법무장관 대행을 경질시키기는 했지만, 이민법의 추진이 트럼프 대통령의 의도대로 순조롭게 진행될 것인지 예단키 어려운 상황이다.   <o:p></o:p>혼돈속의 대(對)아시아 정책과 대중관계 트럼프의 대아시아 정책과 대중관계 역시 전망이 어렵기는 마찬가지이다. 집권 직후 차이잉원 대만 총통과의 전화 통화와 ‘하나의 중국 정책’ 변화 가능성 언급은 미·중관계의 틀을 근본적으로 변화시킬만한 일종의 핵폭탄급 전조였지만, 시간이 지나면서 초기의 입장에서 한 발 물러서 미·중관계의 전통적인 중요성을 이해하고 있는 것처럼 보여진다. 무엇이 진정한 트럼프의 미·중관계 입장인지 판단키 어렵게 만들고 있는 것이다. 기본적으로 미·중관계의 변화를 판단할 수 있는 핵심적인 관전 포인트는 세 가지 이슈이다. 우선은 무역분쟁이다. 트럼프는 선거 기간부터 경제 성장률 4%를 예고하고 있는데, 사실상의 완전고용이 실현되고 있는 미국경제에서 감세와 공공투자만으로 4%대의 경제성장을 달성한다는 것은 불가능하다. 미국 국민들의 과소비 해소, 제조업의 생산성 개선 등이 없이는 이런 고성장은 불가능하기 때문이다. 더구나 2018년 중간선거에서 시험대에 오를 트럼프 행정부의 입장에서는 어떻게 해서든 경제영역에서 가시적인 성과를 내야만 하는데, 이 과정에서 중국을 포함한 기존 교역국에게 이러한 책임을 전가시킬 가능성이 크다. 시간이 걸리기는 하겠지만 중국의 환율조작, 불공정거래 등의 문제를 집중적으로 공략하려 들 것이다. 중국이 어떤 선택을 하면서 미국의 무역공격에 대응할 것인지 세계사람들의 관심이 집중되고 있다. 다음으로는 남중국해 문제가 미·중관계의 핵심 어젠다로 등장할 것이다. 물론 이미 남중국해 문제는 미·중관계에서 매우 첨예한 대립적 이슈로 등장했지만, 트럼프 행정부 동안 더욱 가속화 될 것으로 전망된다. 남중국해는 중국의 세력 확장에 결정적인 곳이다. 러시아가 북쪽을 가로막고 있고, 서쪽으로는 또 다른 핵보유국가인 인도와 파키스탄에 막혀있으며, 동쪽으로는 한·미동맹과 한·일동맹이 막고 있어서, 전 세계로의 세력 확장이 쉽지 않은 중국의 입장에서 기존의 화상(華商)경제권이 확보된 동남아 지역이야말로 전략적 출구가 아닐 수 없다. 중국이 막강한 해상경로를 확보하지 못했다는 사실은 강대국 프로젝트의 치명적인 약점으로 꼽히고 있는 실정이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남중국해는 절대 포기할 수 없는 곳이다. 남중국해는 아시아 태평양 지역 전체의 SLOC(Sea Lane of Commerce)의 가장 핵심적인 요충지이다. 동시에 천혜의 자원이 묻혀있고, 아시아 경제 전체를 커버하는 에너지 수급로이다. 남중국해를 수중에 넣지 않고서 미국은 아시아 지역에서의 우위를 유지하기 어렵다는 해석까지도 가능한 상황이다. 향후 글로벌 경제성장의 안정적인 토대를 기반으로 세계 지도국으로서의 리더십을 발휘해야 하는 미국의 입장에서 남중국해는 절대 양보할 수 없는 곳인 셈이다. 미국과 중국 사이에서 전쟁까지 감수할 것으로 생각하지는 않는다. 다양한 안보 및 경제적 이슈들을 서로 타협하는 과정에서 남중국해 문제에서도 공존의 길을 찾겠지만, 미국은 기본적으로 현재의 상황이 유지되는 선에서 최선의 전략적 노력을 기울일 것으로 판단된다.   전문은 월간 북한 2017년 3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o:p></o:p>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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