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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25합의의 국제적 의미와 주변국 반응

작성자: 엔코리아

조회: 14663 등록일: 2015-10-08

8.25합의의 국제적 의미와 주변국 반응박인휘 (이화여대 국제학부 교수)우리 정부의 빛나는 외교적 성과   8.25합의는 우리 정부의 일관된 원칙은 물론 우리 국민과 국제사회의 지지와 신뢰가 있었기 때문에 가능한 것으로 판단된다. 특히 시기적으로 중국의 2차 대전 종전 70주년 전승절 기념행사가 목전으로 다가왔고, 올 하반기 한·미정상회담, 미·중정상회담 개최, 그리고 한·중·일정상회담 가능성까지 점쳐지고 있는 상황이었음을 고려할 때, 8.25합의가 가지는 국제정치적 의미 역시 매우 크다고 볼 수 있다. 지금까지 북한 문제는 탈냉전기 이래로 줄곧 동북아 안보와 평화를 지키기 위한 핵심적인 사안이었다는 점에서, 금번 남북한 합의의 의미가 국제정치적으로 어떠한 의미를 가지는가에 대한 분석이 필요할 것으로 보인다.   먼저 이번의 합의가 북한문제 해결과 동북아 지역안보라는 관점에서 어떤 환경 위에서 성사되었는지를 살펴봐야 한다. 미국과 중국은 북한 핵문제를 포함한 전반적인 북한문제 해결의 시급함에도 불구하고, 사실 북한을 상대로 한 대화와 협상의 전면에 나서는 것을 의도하지는 않았더라도 결과적으로 꺼려왔던 것이 사실이다. 미국의 경우 작년 우크라이나 사태로 인한 러시아와의 긴장관계, 이란과 쿠바로 대표되는 전통적인 적대 국가들과의 관계 개선, 그리고 무엇보다도 IS로 대표되는 중동문제의 불안정성 등으로 인해 북한문제 해결에 외교자산을 투입하는 것이 불가능한 상황이었다. 굳이 설명하자면, 작년 하반기 이후 우리 정부 및 국제사회와 공조로 북한 인권상황 개선을 위해 UN을 통한 노력을 기울인 점이, 북한문제 해결을 위한 가장 두드러진 노력이었다고 하겠다. 이런 상황에서 미국은 우리 정부의 대북정책 및 통일정책을 적극 지지해 주었고, 그 결과 우리 정부의 입장에서는 북한문제를 다룸에 있어서 정책적 자율성이 일정 부분 확보되었는데, 이번 기회에 그러한 자율성이 의미 있는 성과로 이어진 셈이어서 큰 의미가 있다고 본다.   다음으로 중국의 상황을 보면, 시진핑 집권 이후 북·중관계가 예전과 다르다는 사실은 이미 잘 알려져 있다. 이와 관련하여 여전히 중국의 대북정책이 외형적인 변화에 그치느냐, 아니면 정책의 근본적인 기조까지 바뀌고 있느냐를 둘러싼 논란이 계속되고 있지만, 어쨌든 대부분의 사람들은 중국의 대북정책이 과거와는 분명 다르다는 점에 동의하고 있다. 이런 시점에서 중국은 특히 ‘70주년 전승절 기념식’이라는 대규모 외교행사를 준비하고 있었고, 특히 박근혜 대통령의 참석이 확정된 상황에서 북한의 도발에서 비롯된 한반도 안보 불안 사태가 어떤 의미에서도 도움이 되지 않는다고 판단한 것으로 이해된다. 그렇다고 중국이 우리 정부를 대신해서 북한을 상대로 비난하거나 군사적 긴장을 전개할 수는 없는 까닭에, 이번 8.25합의에 대해서 매우 적극적인 지지를 보낸 것으로 알려져 있다.   이상과 같이 미국과 중국의 전략적 인식과 외교기조를 이해한다면, 한 마디로 미국과 중국 어느 국가도 북한을 상대로 의미 있는 합의를 도출하려고 선뜻 나서지 않는 현실에서 우리 정부의 외교적 성과가 더욱 빛이 난다고 볼 수 있다. 박근혜 정부는 국제사회로부터 집권 이후 북한이 야기한 다양한 위기를 안정적으로 잘 관리하고 있다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번 공동 발표문을 살펴보더라도, ‘유감’은 북한의 특수성을 고려할 때 ‘사과’로 이해해도 무리가 없다는 국민인식이 자리 잡고 있고, ‘비정상적인 상태’의 의미 역시 다소 모호할 수는 있지만, ‘재발방지’로 해석할 수 있다는 국민적 이해가 자리 잡고 있는 것으로 판단된다. 물론, 이번 한번의 합의를 ‘신뢰프로세스’의 결실 및 성공으로 연결시키는 것은, 현 시점에서 논리적으로 다소 비약이 있으므로, ‘8.25합의’와 ‘신뢰프로세스’ 사이의 연결성에 대한 논리 개발이 매우 중요하고, 향후 남북관계 접촉에서 이러한 논리를 잘 적용하고 다듬어 나가는 과정에 중요하다고 본다.   8.25합의가 성공적으로 도출될 수 있었던 원인   이와 관련하여, 이 시점에서 8.25합의가 성공적으로 도출될 수 있었던 원인을 다시 한 번 짚어볼 필요가 있는데, 남북한 사이에 위기가 고조되는 과정에서, 예전과 달리 한·미동맹이 매우 신속하게 ‘전략무기’ 협조체제를 공개하자, 북한은 남측과 만나서 담판을 하는 것 외에는 어떤 선택도 불가능한 상황이었음을 정확하게 인식했던 것으로 보인다. 이러한 점은 우리 정부가 일관되게 강조해 온 ‘지속가능 한 평화’란 확실한 안보의 실천에서 비롯된다는 원칙이 관철되었다고 볼 수 있어, 그 의미가 더욱 남다르다고 할 수 있다. 또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의 핵심 가치의 하나인 ‘안보-남북한 관계발전 사이의 균형’의 정신이 비로소 빛을 보게 되었다는 점에서도 의의가 크다고 하겠다.   앞서 강조한 바와 같이 미국과 중국 모두 최근 몇년 동안 북한문제 해결에 선뜻 나서려고 하지 않는 상황에서, 우리가 북한을 상대로 어려운 협상을 주도한 점은 매우 인상 깊은 시도라고 할 수 있다. 물론 여기에는 북한이 협상자리를 박차지 않고, 어떻게 해서라도 ‘확성기 중단’이라는 최초의 목적을 관철시키겠다고 하는 의지가 강했기 때문이라고도 볼 수 있는데, 문제는 우리 정부가 이러한 모멘텀을 다양한 전략적 관점에서 접근하여 담판의 성과로 연결시켰다는 점이다. 앞으로 남북한 당국자간 대화에는 미처 예상치 못한 많은 장애가 놓여 있겠지만, 만약에 향후 남북대화의 모멘텀을 지속적으로 이어갈 수만 있다면, 미국과 중국의 대북한 정책이 다소 유연해 질 가능성이 생겼고, 이러한 기회를 통해 미국과 중국이 우리의 대북정책을 더욱 지지하게끔 만들어야 할 것이다.     그렇다면 향후 8.25합의의 성과를 이어나가고 궁극적으로 남북한 평화 및 통일로 이어질 수 있는 국면을 조성하기 위해서는 국제공조의 관점에서 어떠한 노력이 필요한 것일까? 한 마디로 미국이나 중국 등과 같이 한반도 문제에 관심과 이해관계를 가지고 있는 나라들을 중심으로 향후 북한과의 다양한 협상 과정에서 ‘의제의 분리를 통한 투-트랙 전략’의 적극적인 추진이 필요해 보인다. 이 과정에서 미국, 중국, 러시아, 일본 등은 북한문제 해결 및 한반도 평화통일을 위한 노력에서 일정한 역할분담이 필요하다는 사실에 주목할 필요가 있다.   이번 합의의 경험처럼, 향후 남북한 접촉과정에서 북한이 ‘대화의 테이블’을 떠나지 않도록 묶어 두고, 동시에 우리가 목적한 바를 얻기 위해서는, ‘우리가 테이블을 쉽게 떠나지 못할 의제’와, ‘북한이 테이블을 쉽게 떠나지 못할 의제’로 양분하는 전략이 필요하다고 생각한다. 이 과정에서 미국 및 중국과 같은 국제행위자의 역할은 가장 중요한 필요조건이 아닐 수 없다. 지금까지의 통상적인 투트랙 전략은 ‘경성이슈(핵, 군사 등)’와 ‘연성이슈(이산가족, 사회문화교류)’를 나누는 것이 관례였는데, 이러한 방법도 좋지만, 향후에는 이러한 방법과 함께 동시에 ‘우리가 전념할 수 있는 의제’와 ‘북한이 전념할 수 있는 의제’를 중심으로 ‘투트랙 전략’을 구사하는 것이 바람직해 보인다. 다시 말해, 비핵화 문제를 포함한 북한정권의 생존과 연관성이 있는 사안들의 경우 미국을 중심으로 한 정책 공조체제의 효율성을 높이고, 반면 경제성장, 에너지 문제, 자연재해 복구 및 인프라지원 등의 정책 영역에 있어서는 중국과의 공조체제를 극대화 하는 노력이 바람직해 보인다.   이런 차원에서 이번 8.25합의를 계기로 ‘한반도 신뢰프로세스’가 최초에 설정한 문제의식 및 사업과제들을 다시 한번 점검해 보고, 이러한 과제들과 연결시켜서 향후 협상과 담판을 시도하고자 하는 노력 역시 중요해 보인다. 예를 들어, 북방삼각협력인 남·북·중 사업 등을 전략적으로 개발하여, 소원해진 북·중관계를 일정부분 복원시키는 계기로 만들어 주고, 동시에 남·북·중이 하나의 제도적 관계에 묶이는 기회를 만들어야 나가야 할 것이다.    전문은 2015년 월간 북한 10월호에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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