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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상회담을 못하는 김정은

작성자: nkorea

조회: 14735 등록일: 2016-06-28

정상회담을  못하는 김정은 이기동 (국가안보전략연구원 책임연구위원)  하루아침에 등극한 ‘부족한 수령’ 2012년 4월 노동당 4차 당대표자회에서 김정은이 북한의 최고지도자로 공식 옹립된지 4년이 지났다. 그리고 금년 5월초 김정은은 36년만에 개최된 노동당 7차 대회에서 당의 ‘최고수위’에 정식으로 올랐다. 지난 4년간 김정은의 내치는 비교적 안정세를 보이고 있다. 고모부 장성택을 비롯해 리영호, 현영철 등 자신의 권력장악을 도와 준 권력엘리트들을 제거하는 과정에서 불안정성을 노출하였으나 결과는 권력 강화로 귀결되었다. 반면 외치의 결과는 외교적 고립의 심화와 우호국들과의 관계악화로 나타났다. 김정은 집권 이후 2012년 12월 장거리미사일 시험발사에 이은 2013년 2월 3차 핵실험 단행, 2016년 1월 4차 핵실험에 이은 2월 장거리 미사일 시험 발사가 원인으로 작용하였다. 이로 인한 외교적 고립 및 우호국들과의 관계 악화의 징후는 집권 4년이 지난 김정은이 아직까지 한 차례의 정상회담을 갖지 못한 데서 가장 뚜렷하게 발견된다. 이것은 김일성, 김정일과도 확연히 대비되는 차이점이다. 김일성은 소련과 중국을 포함한 ‘사회주의 형제국’의 정상들과 활발하게 교류하는 동시에, 비동맹(‘쁠럭불가담’)국가들과의 정상급 외교관계에도 심혈을 기울였다. 김정일은 사회주의권의 붕괴로 인한 진영외교의 한계와 외교적 고립과 경제상황의 악화로 인한 비동맹외교의 제약 속에서 중국과 러시아를 직접 방문하여 정상들과의 만남을 가졌다. 김정일은 2000년 이후부터 사망 전까지 총 8차례 중국을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개최하였다. 심지어, 2010년에는 5월과 8월에 연이어 중국을 방문하기도 하였다. 또한 김정일은 2000년 이후 3차례에 걸쳐 러시아를 방문하여 정상회담을 가졌다. 이와 같이 김일성과 김정일은 외교적 고립을 타개하고 경제난을 해결하기 위해 전통적 우호국들을 대상으로 방문외교를 전개하였다. 그렇다면 집권 4년이 지난 김정은이 정상회담을 갖지 못하고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이 물음에 대한 해답을 내부적 요인과 외부적 요인으로 나누어 찾아보기로 하자. 우선 내부적으로는 다음과 같은 요인들을 상정할 수가 있다. 첫째, 김정은은 집권 초기 자신의 권력 안정과 강화를 무엇보다 우선시하였다. 김정은은 2011년 12월 김정일의 갑작스런 사망으로 하루아침에 ‘수령의 후계자’에서 ‘수령’으로 지위가 바뀌었다. 수령의 지위를 이어 받기 위한 준비가 한창 진행되던 상황에서 발생한 김정일의 죽음은 김정은을 ‘전지전능한 수령’이 아닌 ‘부족한 수령’으로 만들었다. 따라서 김정은은 모든 문제를 권력 안정과 강화에 종속시키고 집중시키는 것이 불가피하였다. 다시 말하면, 외부 세상에 눈을 돌리기보다는 내부 상황에 천착해야 하는 처지였다. 이 결과, 김정은은 중국과의 외교관계 악화를 무릅쓰고 장성택을 숙청하였다. 또한 남북관계를 의도적으로 악화시켜 긴장을 조성함으로써 권력 강화에 이용해야 했다. 무엇보다도 국제사회의 강력한 반대에도 불구하고, 핵실험과 장거리 미사일 시험발사를 강행하여 자신의 성과로 과시할 필요가 있었다.  강대국 정상과의 회담 선호하는 김정은 둘째, 정상회담의 모양새를 중요시하는 정무적 판단과 관련이 있다. 김정은은 정상회담, 특히 중국·러시아와 같은 강대국 정상과의 회담을 선호한다. 그리고 김정은이 두 국가를 방문하는 형식보다는 두 국가의 정상을 평양으로 불러들이는 초청형식이 국내정치적 효과를 극대화하는 데 도움이 된다. 무엇보다 김정은 집권 이후 첫 번째 정상회담이라는 점에서 초청방식의 정상회담이 갖는 상징성은 매우 크다고 할 수 있다. 2015년 9월 러시아의 전승 70주년 기념행사에 초청받은 김정은이 망설이다가 방러를 포기한 것도 이런 맥락에서 파악할 수 있다. 그러나 2013년 3차 핵실험 이후 국제사회의 대북제재가 강화되고 북한에 대한 국제사회의 인식이 악화된 상황에서, 어느 나라의 정상도 선뜻 김정은의 초청을 받아들여 평양에 들어가기는 쉽지 않아 보인다. 김정은이 시진핑 중국 국가주석과 푸틴 러시아 대통령의 방북을 추진하였으나 아직 성사되지 않고 있는 것도 같은 맥락이다. 셋째, 김정은의 허장성세(虛張聲勢)식 국제정치관에서 기인한다. 김정은은 7차 당대회 총화보고에서 “핵보유국 지위에 걸맞는 대외관계 발전”을 주장함으로써 핵보유국이라는 ‘전략적 지위’에 걸맞는 국제정치적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지를 피력하였다. 김정은은 ‘세계 비핵화’를 주장하면서 오바마 미국 대통령의 ‘핵 없는 세계의 실현’ 천명과 같은 역할을 하고, ‘책임있는 핵보유국’을 강조하면서 중국의 ‘책임있는 대국’과 같은 위상을 과시하고자 하였다. “세계정치무대에서 존엄높은 정치강국으로서의 권위와 영향력을 당당히 행사하겠다”고 하여 미·중과 같은 위상에서 국제질서 형성에 있어 ‘게임체인저’로서의 역할을 수행하겠다는 의사를 과시한 것이다. 한 마디로 핵을 보유한 강대국으로서 이에 맞는 강대국 국제정치를 펼치겠다는 일종의 허장성세에 다름 아니다.  전문은 월간 북한 2016년 7월호에서 보실 수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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